창립선언문

창립선언문

대승불교를 꽃피우자.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체성이 와해되는 혼돈의 공간속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밀어 넣고 있다. 디지털과 소셜네트워크로 상징되는 기술문명의 급변에 따른 인간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돈, 인류 생존의 터전인 지구의 생태위기,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개인주의와 물신주의,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거름장치 없는 도발,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횡포와 이로 인한 저항과 전쟁 등 수많은 현상들이 우리 현실을 혼란의 와중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 불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고통에 빠진 중생을 편안케 하겠다는 붓다의 메시지를 우리는 가슴에 새기고 있는가. 20년여 전 서슬 푸르게 외쳤던 종단개혁의 사자후는 지금도 우리의 일상 속에 화두로 자리하고 있는가. 한국불교의 새로운 전환의 염원을 담은 19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은 희미해져가고, 오히려 종단개혁의 정신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상식을 저버린 각종 범계행위로 청정종단의 이미지를 상실한 채 불교의 사회적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종단은 소수 정치세력의 각축장이 된지 오래이며,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제 종단개혁은 초라하기 그지없이 사장(死藏)된 역사로 전락되었다. 수행과 전법에 정진하는 불자들은 갈수록 신뢰를 잃어가는 한국불교의 현실에 실망하여 저 멀리 주변인으로 혹은 냉소적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자 한다. 이런 현실은 우리에게 도전과 응전의 정진력을 드높게 할지언정 우리를 결코 한숨과 비탄의 어두운 골목으로 밀어 넣지는 못할 것이며, 개혁정신을 더욱 단단히 계승하고 혁신의 푸른 날을 세우게 할지언정 우리를 무관심한 일상의 쳇바퀴 속에 가둬두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중생의 고통에 무관심한 불교는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새기고자 한다. 또한 기성불교가 붓다의 가르침에서 벗어났을 때 불교는 어김없이 자기 혁명을 이루어 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대승불교는 그렇게 일어난 붓다 회복운동이었고, 시대와 민중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로서의 자기 혁신이었다. 과거 2천여 년 전, ‘부처님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구호아래 출재가 보살들이 불탑광장에서 열정적으로 부르짖고, 냉철하게 탁마하고, 간절하게 호소했던 대승불교운동을, 오늘날 정보네트워크 시대로 호출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대승운동 선배들이 흔연히 내어주는 어깨를 아프게 딛고 올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그것을 우리시대에 맞게 되살려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원력이며, 이것이 우리가 지금 쓰는 역사이고, 오늘 우리의 선언이자 맹약이다. 그리하여 사부대중이 차별 없이 참여하고 함께 탁마하는 공동체를 이룩하고, 이를 추동력으로 <2020, 한국불교의 대전환>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러 도반들과 함께 ‘신대승네트워크’의 깃발을 올리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 세우는 새로운 공동체를 통하여 우리시대 대승보살인 新보살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며,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고자 한다.

첫째, 제도불교의 틀을 넘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정치와 행정 중심의 종단이라는 제도불교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를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는 불교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목표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한국불교의 대전환을 위한 의제’를 수립할 것이다. 또한 19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되, 그것을 뛰어넘어 혁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안이나 사안 중심적으로 대응하고 단발적으로 반응하는 단체가 아니라, 한국불교라는 큰 틀 속에서 대안을 갖고 비판하고 책임지는 단체를 지향한다.

둘째, 불교와 사회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에 대하여 불교 본연의 비판성과 참여를 통한 실천성을 추구함으로서 인간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을 탈피하고 연기론적, 관계론적 중심주의로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신대승 E-매거진’을 통해 불교적 시각에서 사회적 사안과 흐름들을 분석할 것이며, 트렌드/리서치 연구소에서는 사회적 트렌드에 대한 연구 조사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불자들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지구적 차원에서도 참여불교운동이나 최근 일본의 비판불교운동 등과 연대할 수 있는 공통, 공유의 의제들을 다룰 다양한 기능체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세계사회에서 모든 실질적 불평등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의 연대와 협업 활동이 필수적이다.

셋째, 생활 속에서의 불교를 만들어간다.

구체적인 삶의 실천을 위한 일상적 수행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이다. 우리의 삶속에서 불교적 실천을 위해 생활수행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일상화한다. 또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일상의 삶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평화를 이루어 내고자 한다. 또한 바른 믿음(正信) 정립을 통해 개인의 해탈과 사회적 해탈의 연기성을 구현하고, 깨달음, 명상중심의 정적인 불교에서 자비행을 중심으로 한 행동하는 불교로의 전환을 추구할 것이다.

넷째, 우리시대 새로운 보살의 상을 정립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 맞는 대승불교의 보살상, 新보살을 구현하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적 삶의 모습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승가와 재가의 관계를 출가보살과 재가보살로서의 관계로 복원하며, 수행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대승보살로서 신(新)보살의 불교관, 계율관, 수행관을 정립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구현한다.

다섯째, 공유하는 삶의 모범을 만들어간다.

지나치게 개인주의적 삶이 팽배하고, 소수 1%가 99%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하면서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불교적 대안 마련과 연대가 필요하다. 오늘날 인류문명은 불교에 대해 신자유주의라는 퇴행적 시대흐름에 맞서는 대안적 기능의 작동을 통한 근본적인 도전과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불교적 담론을 형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참여와 실천, 그리고 연대의 아고라를 만들어갈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알맞게 운영되는 정명(正命)기업 등 불교적 경제의 모델을 마련하여 불의한 재원이나 불의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경제적 자립기반을 조성하고, 불교활동가들의 생활기반을 지원할 것이다. 현재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불교계의 활동가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할 것이다. 또한 불교단체나 조직에 대한 협업과 지원을 통해 각 단체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여섯째, 미래세대를 위한 노둣돌이 된다.

미래학자들은 제4의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갈수록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변화의 길목에 서서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불교의 지혜가 발휘될 수 있도록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한걸음 먼저 준비할 것이다. 신대승네트크워크는 모든 불평등을 극복하고 연기의 세계관으로 진정한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 오래된 불교공동체를 통해 지혜를 발견하고 미래세대를 잇는 노둣돌이 되고자 한다.

부처님 전에 고두삼배하면서, 우리의 마음에 있는 이기(利己)의 그릇을 비우고 중생의 고통을 채우며, 붓다의 가르침에 하나가 되기를 마음 깊이 서원한다. 나아가 불교혁신의 역사를 계승하여,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을 명철히 살피고 다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 세상을 향도해 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문명대전환의 시대를 예비하고자 하는 여러 대승의 스승과 도반의 지혜를 모아 나아갈 것을 간절히 발원한다.

불기2560(2016)년 3월 26일
신대승네트워크 창립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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