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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상담강좌 열번째(4. 14.) -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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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4-17 19:08 조회3,3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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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상담강좌 열번째(4. 14.) - 유식으로 보는 분석상담이론 2

지난주는 유식사상의 팔식(八識)과 수행의 단계 오위에 대해 공부하였고, 이번 시간에는 유식사상의 삼성설과 전식득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유식사상은 용수의 공사상을 구체적으로 해명하여 인식과 존재와 깨달음의 문제를 탐구하여 왔는데, 그것이 삼성설(三性說)입니다. , 3성설은 우리 마음인 식()을 떠나서 외부세계에서는 따로 진실한 경계가 없다는 사상을 세 가지로 설명한 것입니다. 그것이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입니다.

변계소집성은 집착과 미망의 세계이며, 존재의 허망한 상태를 말합니다. 무지로 말미암아 물질과 마음의 인연법과 진실성을 망각하고, 집착한 마음의 작용을 일으켜 번뇌 망상에 빠지는 성질을 변계소집성이라 합니다. 이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치우치게 보고 집착한다는 말입니다. 한 송이 꽃을 보더라도 꽃은 꽃대로 자연 그대로 피어나온 것인데, 그 꽃을 두고 곱다, 안 곱다, 예쁘다, 밉다 하는 마음이 변계소집성입니다. 의타기성은 서로 의지하는 연기의 세계이며, 연기성입니다. 마음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상대인 경계와의 인연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으로, 상대에 의해서만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의타기성은 여러 가지 조건이 서로 화합됨에 따라 존재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우리의 현실세계이며, 모든 존재의 보편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의타기성에서 분별심을 일으켜 왜곡시켜 보면 변계소집성이 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면 원성실성이 됩니다. 의타기성의 본성은 변화하지 않고 영원한 진리의 체성을 구족하고 있다는 뜻에서 원성실성(圓成實性)이라고 합니다.

원성실성은 깨달음의 세계이며 의타기성의 식()으로부터 허망한 분별이 없어진 존재의 진실한 상태를 말합니다. 즉 의타기성의 세계를 의타기성의 세계라고 그대로 자각하는 것, 실체(존재의 모습)을 그대로 자각하는 것이 원성실성입니다. 원성실성과 의타기성은 불일불이(不一不異)의 관계로, 의타기성에서 변계소집성인 주체가 원성실성의 깨달음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연 따라서 이루어진 물건이나 유정(有情)이나 어느 존재를 볼 때, 바로 보면 원성실성이고, 잘못 보면 변계소집성입니다.

비유컨대, 밤에 뱀인 줄 알고 놀랐는데, 다음날 자세히 살펴보니 노끈임을 알게 됐다는 예화가 있습니다. 여기서 뱀인 줄 알고 놀란 것은 변계소집성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노끈을 뱀으로 오인하게 된 것은 그 모습에 유사성이 있었기 때문이고, 거기에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해져서 그렇게 놀란 것입니다. 이는 노끈과 마음이 인연화합 한 것이므로 의타기성입니다. 그러나 뱀이 아니라 노끈임을 알게 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원성실성입니다.

유식사상은 우리의 마음이 집착과 미망의 변계소집성에서 지혜로운 원성실성의 마음으로 바뀌어 지는 구조를 밝혔는데, 이를 전식득지(轉識得智)라 하며, 수행을 통해 우리의 의식들이 지혜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설명한 수행의 단계인 5(자량위, 가행위, 견도위, 수도위, 구경위)의 단계 중 수도위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식득지의 경계입니다. 전식득지는 온갖 분별이 끊겨 마음도 없고 대상도 없기 때문에 2분법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 체득한 내면의 깨달음입니다. 상상과 허상이 일어나지 않고, 대상을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관하는 상태입니다. 이 전의로 얻은 네 가지 청정한 지혜를 4()라고 합니다.

8식인 아뢰야식은 대원경지(大圓鏡智)라는 지혜로 바뀌게 됩니다. 대원경지란 청정하고 완전한 지혜라는 의미로 일체 종지 즉 우주의 모든 것을 아는 부처의 지혜, 즉 진여의 무분별지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심층의 의식이 지혜로 바뀜으로써 나머지 의식도 지혜로 바뀌게 됩니다. 7식인 말나식은 평등성지(平等性智)로 바뀝니다. 평등성지란 아치 · 아견 · 아만 · 아애가 소멸됨으로써 자아의식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평등하며 자타가 둘이 아니라(不二)는 것을 보는 지혜입니다. 6식인 의식은 묘관찰지(妙觀察智)로 바뀌게 됩니다. 묘관찰지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지혜로 모든 현상을 잘 관찰하고 자유자재로 가르침을 설하여 중생의 의심을 끊어주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전5식은 성소작지(成所作智)로 바뀌게 됩니다. , , , , 피부 등의 5관으로 실제 행동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모두 지혜롭다는 의미입니다. 유식사상은 전식득지와의 구조와 오위의 수행단계를 통해 붓다의 지혜를 증득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불교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유식사상에서 보듯이 수행을 통해 원성실성으로 나아가면, 붓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제시하고, 마음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에 나아가 5위라는 구체적인 수행론을 제시합니다. 반면 서양의 사회과학은 불교와 달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분석에 치중합니다. 정신분석학은 분석을 통해서 무의식의 의식화를 추구하고, 현상학은 대상에 대한 의식의 흐름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합니다. 서양의 사회과학이 분석에 초점을 두는 이유가 문제 해결을 위한 규범적 전제, 예를 들어 선을 증장하는 행위 등이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압하거나 구속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보기에 규범이나 당위적 전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양의 학문이 문제 해결 보다는 분석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한계는 분석상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석상담에서는 잠재의식의 의식화를 목표로 합니다. , 분석을 통해 잠재의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를 발견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의 제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잠재의식에 뿌리내린 좋지 않은 습을 제거하는 길을 제시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자아와 이드를 어떻게 훈습할 것인지에 대해서, 즉 훈습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분석상담에는 통찰과 더불어 훈습에 대한 길이 필요합니다. 불교에서는 훈습에 대해서 누누이 강조하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1강부터 다뤄온 주제들인 사성제, 팔정도, 사무량심, 사섭법, 육바라밀 등이 훈습의 구체적 방법인 것입니다. 유식에서는 훈습을 아뢰아식에 종자를 심는 것이라고 합니다. 훈이란 반복해서 향기가 스며들게 한다는 의미로 표층의 마음(6식)이 반복해서 심층의 마음(아뢰아식)에 영향을 심는 것을 말합니다. 

또 분석상담의 목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자아(ego)를 강화하여 초자아와 이드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자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도 에고를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괴로움의 원인인 갈애도 에고에서 일어납니다. 무지에 기반한 아치, 자아가 있다고 착각하는 아견, 자신이 존재한다고 뽐내고 남을 낮추는 아만, 자신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아애와 항상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에고의 본바탕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에고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해체시켜야 합니다. 수행의 시작은 에고의 작동을 알아차리고, 이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각해서 누그러뜨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병의 상태에 따 약을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만 그것은 일시적인 치료법입니다. 진정한 건강이란 심층의 마음부터 확연히 밝아야 합니다. 심층의 마음이 어둡고 울적한 상태라면 거기서 생기는 표층의 마음도 무겁고 우울하게 됩니다.

심층의 마음에는 탐욕, 분노 등의 미혹한 마음과 깨달음에 걸쳐 있는 마음을 생기시키는 가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즉 아뢰야식을 일체종자식으로 부르듯, 아뢰야식에는 모든 것을 생기시키는 종자, 즉 가능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 근사한 자신으로 변모하는 가능력이 잠재해 있기에 내가 지금은 미혹하지만, 수행하고 정진하면 깨닫는 이,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식사상을 통해서 밝혔습니다. 세친이 유식을 통해 붓다를 만나고,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하였듯, 우리도 수행을 통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면' 붓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 강좌는 4월 21일 화요일 저녁 7, SK허브 101동 622 

첫 주제는 '중도로 이해하는 인지행동이론 1‘ 입니다.

오셔서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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